인생 춘하추동2

인생 춘하추동2

석두 6 3,391
도시락이라?

부두에서 하역작업히시던 우리 아버님
어느날 뭔가 잘 되었는지 밑천을 구했는지
다시 마작노름판으로 빠져듭니다.

그리고는 밑천 떨어지면 집에 와서
배추장사 밑천 까지 다 훑어갑니다.
그 훑어가는건 공포이고요.

어머니 가출합니다. 거의 두어달
옆구리 칼 대면서 노름 밑천 강탈하는 건 우리가 수정동 이사 가기 전의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 남매는 죽지 않을만큼 굶으며 살아갑니다
형님 구두딱기, 큰 누님 식모살이,  등등으로

참, 우리 형제 2남2녀입니다.
형은 국민학교 졸업하는 해 아버지의 노름으오 중학교 못 가고
4살 아래인 큰 누나  5살 아래 작은 누나
7살 아래 나도 국민학교 못갑니다.

그리고 수정동 외솔배기 끝자락에 갔다가
약간의 숨통이 터져 나는 9살에 연년생인 누나와 함께
국민학교 입학하고
큰 누님은 그 때부터 살기 위한 사기꾼 세계에
스스로 입문합니다.

도시락이라
이밥에 계란 플라이 살짝 덮힌 하얗게 윤기나는 쌀밥
보리 두번 삶아 먹어도 거칠한 그것도 없어 굶는데...

지금 돌아보니 그 식탁자리가요
반내 잘 나가는 넘들이 책상 끌어모아놓고 저들끼리 먹는 자리네요
로얄박스이지요

공부로 따지면 내가 한 카리스마하는데
"이 자리는 돈 좀 있어 이른바 "와이로"족들의 자리라
도시락 먹는 맛은 극락인데
뒤늦게 자괴심이 혼란을 가져옵니다.

며칠을 이어지다가 어느 날 이 소녀가 날 부르지 않습니다.
도시락은 두개 싸 왔는데
나를 관심에서 뺀 모양입니다.
어찌합니까? 어리디 어린 9살에서 10살 쯤의 어린이들이니

분명 내 몫(?)이 있지만 달라 소리 못하고 나는
운동장으로 가서 수도전 꼭지로 찬물로 배 불립니다.

가끔은 로얄 훼밀리 한넘이 도시락 두개 싸왔다는걸
일깨워주어서 하루의 일용할 음식을 먹을 수가 있었습니다.
한참 후에 어머니가 돌아오셔서 나는 주림을 면합니다만
그래도 하루 한끼가 정상이고 두끼가 사치입니다.

모녀 단 둘이 산다는데요. 그 소녀의 어머니 참 자주 학교에 와서
우리 교실에 와서 체육시간에 우리가 운동장에서 수업하면
끊임없이 창밖을 내다 보시는 한복에 쪽머리가 단아하셨습니다.
그런데 같이 공부를 하다보니 만년 1등인 내가 이 소녀에게
1등 자리를 자주 내줍니다.

이 소녀하고는 3,4학년 같이 보내고 남녀 분반합니다.

5학년입니다. 나의 월사금은 담임선생님의 개인장학금으로 해결되었는데
대신 작은누나가 학업을 접습니다. 그게 그 소녀가 전학 온 무렵입니다.
그런데도 담임 선생님은 부모 학교에 부릅니다. 그래서
어머니와 같이 국민학교로 가는 데 마침  그 소녀의 어머니가 학교에서 나옵니다.
내가 저 분이 그 도시락 준 여학생 어머니란 말에 엄마가 깜짝 놀랍니다.
"인자 어머이다"
"우째 압니까?"
"채소 장사할때 그 자리 주인집 아지매"

문득 나는 7,8년전 누나가 데리고와서 같이 놀던 인형 같은 애기를 떠올립니다.
'가가 가인가"
우리 멈마 "가가 가다" 

Comments

★쑤바™★
가가 가가가...ㅋ 
모크렌
정말 소설같은 이야기입니다.
힘들게 살아오신게 느껴지네요..
글솜씨도 어느작가 부럽지 않게 잘쓰셧네요
다음이야기 기대됩니다.. 
인연
글을 읽고 있음 석실장님이 어떤분인가 궁금해지내요... 
인연
정말로 석실장님 실제 이야긴가요?
글솜씨도 대단하신거 같지만 웬지 가슴이 아프네욤!!
글 잘보고 있습니다
담 편 ....기대하고있습니다. 
찰리 맨슨
머.... 젊어빠진(?) 놈이기는 하지만.....
예전.... 신당동.. 재개발 지역에서 유년기를 보낸 놈임돠...
(신당동의 재개발에 대해서.. 들어보신분은 아실듯^^)
저도 머.... 나이는 졸라(?) 어리지만.... 그 느낌은 조금씩이라도 느겼봐씀다..
(머 물론..... 여기 내용과는 전혀 상관 없네요^^)
조금..... 슬퍼지네요^^ 
명랑!
베풀 줄 아는 것도 대물림인가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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